모달리티 연구노트 03 · 2026.09.09 · Mode

Mode, 세상은 무엇으로 드러나는가

같은 안경이라는 형태에서 선택이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7월에 공개된 삼성전자 인텔리전트 아이웨어에는 렌즈 안 화면이 없습니다. 8월에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한 Meta Glasses도 없습니다. 9월 4일 판매를 시작한 RayNeo iO는 반대로 시야에 글자를 띄웁니다. 두 회사는 소리를 골랐고 한 회사는 글자를 골랐습니다.

업계 서술은 이 대목을 이렇게 옮깁니다. 안경의 시대가 오고 감각 방식이 새로워진다고. 그런데 세 제품 가운데 둘은 화면이 아예 없습니다.

층위가 섞여 있습니다. 안경은 도구입니다. 소리로 말을 걸지 글자로 말을 걸지는 그 도구 위에서 고르는 표현 방식입니다. 도구가 바뀔 때 표현 방식이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선택지의 비중이 옮겨 앉습니다.

무엇이 그 배분을 정했는지가 드러나 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가장 먼저 정해진 값은 표현 방식이 아니라 무게였습니다. 무게 상한이 정해지자 화면이 밀려났고 연산도 폰으로 밀려났습니다.

같은 8월 26일에 Google이 음성을 글로 옮기는 모델 Gemini 3.5 Transcribe를 공개했습니다. 회사가 앞세운 것은 정확도가 아니라 다듬기였습니다. “음”과 “아” 같은 군더더기 표현을 제거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말에서 머뭇거림은 정보입니다. 글로 옮기면 같은 요소가 잡음으로 분류됩니다. 예전에는 옮겨 적는 사람이 그 판정을 내렸고, 지금은 그 규칙이 모델에 심긴 채로 출하됩니다.

두 소식의 공통점은 이것입니다. 무엇으로 드러날지가 쓰는 시점이 아니라 그보다 앞에서 정해집니다.

실무에서 남는 질문 하나. 표현 방식을 정하는 회의는 사양 확정 이전에 열립니까, 이후에 열립니까. 이후라면 그 회의에서 정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많지 않습니다.

모달리티 연구노트 3호에서 두 소식의 전체 분석과 출처를 함께 실었습니다.